'가수 성시경의 CD를 구매한 후, mp3로 추출해서 들으려고 하니 복제 방지 장치가 설정되어 있더라'는 글을 읽고 이 문장이 떠올랐다. 이제는 법에 의한 규제의 시대가 아니라, 코드에 의한 규제의 시대다. 내가 만들어낸 말이냐고? 천만에.

코드 - 10점
로렌스 레식 지음, 김정오 옮김/나남출판

법학자 로렌스 레식 교수가 이미 저서 '코드'에서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이 책에는 -책이 나온 시기를 감안한다면- 상당히 정확한 미래 예측이 담겨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썬도그 님이 겪은 불편함과 일치한다.

과거에는 개인이 구매한 다양한 컨텐트를 사적인 영역에서 복제하는 것까지는 법이 개입하지 않았다. 책을 사서 친구에게 빌려주거나, 레코드판을 테이프로 옮겨담거나 하는 행위는 사적인 영역에서 합법적인 일로 간주되었고, 사회 문화 속에서도 용인되는 행위였다. 지금도 법은 이 영역에 개입하지 않는다. 여전히 CD를 사서 mp3를 추출한 후 듣는 행위는 개인의 판단이며, 사적 복제 영역에 속한다.

문제는 법은 변하지 않았는데, 코드가 변했다는 것이다. 법은 여전히 이 영역에 개입하고 있지 않지만, CD를 판매하는 업체는 프로그래머가 짠 코드를 통해 개인의 행위를 제약한다. 법보다 더 엄정한 규제인 셈인데, 더욱 큰 문제는 '코드에 의한 규제'는 소명 장치나 판단을 내려줄 공정한 기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레식은 책에서 '기존에는 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판사, 검사)와 공정한 기구(법원)에 의해 이런 것들이 판단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젠 법에 대해 무지한 개인(프로그래머)에 의해 이런 것들이 판단되는 시대이다.

코드에 의한 규제는 이제 시작이다. 지금은 CD에 복제방지장치를 설정하는 정도이지만, 이 규제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이마에 신분증을 붙이고 다니라는 법률을 만들지 않더라도, 인터넷 서비스 회사들이 이런 형태로 코드를 짜면 법률을 제정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코드가 규제하는 미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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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0 11:51 2008/07/1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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