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어학연수를 받던 학교의 교실에는 세계지도가 걸려있었다. 그 지도를 처음 본 순간, 뭔가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지도를 잠시 들여다보자 곧 의문이 풀렸다.
위에 있는 세계지도를 보라. 뭔가 이상한 것, 뭔가 낯선 것이 보이지 않나?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세계지도는 아래의 것인데, 이 두 개의 지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아래쪽 지도에는 대한민국이 중앙부에 자리잡고 있는 형태이고, 위쪽은 그렇지 않다.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 '극동 아시아'라고 불리는지 위 쪽 지도를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지만, 난 미국에 가서 그 쪽에서 사용하는 세계 지도를 보기 전까지 그 점에 대해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누구나 내가 겪어온 경험과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을 하고, 나만의 관점을 만들기 마련이다. 이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굳이 비판할 이유도 비판할 생각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연스럽게 주위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조금씩이나마 생각과 관점을 수정해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간혹, 너무 자신과 '동질'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다보니 그 관점에 파묻혀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이것 역시 그렇게 비난할 일은 아니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그렇게 지극히 좁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으로 얻은 사고를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때때로 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하는데, 이런 경우를 마주하게 되면 높은 학위를 받았다는 것이 반드시 그 사람이 지적 소양 혹은 호기심이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사람은 자신의 무지를 깨우치기 위함이 아니라, 타인에게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라고 강요하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지적 호기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스로 무지한 것을 아는 사람은 절대로 자신의 관점에만 평생 머무는 안타까운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무지함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지적 호기심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말고 다른 것이 없을까. 이것을 진지하게, 애타게 찾는 것이 바로 스스로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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